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서울에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것은 사실 새로운 정책적 실험이 아니다.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 내곡동과 세곡, 우면동 일대의 그린벨트를 풀어 대규모 아파트를 "반값"아파트로 공급한 전례가 있다. 당시,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내에 공급된 아파트는 25평 2억 대, 33평 3억 대 아파트로 공급됐는데, 이로 인해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보금자리주택 대기수요로 바뀌면서 아파트 값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점진적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서울의 주택공급은 서울의 미개발 지역이 전혀 없어서, 오로지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후 아파트 반값공급이라는 허를 찌르는 정책으로 주택정책에 대성공했다.
아파트 가격은 오로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는 항상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가 넘치는 시장이다. 루이뷔통과 에르메스 등 명품시장이 공급을 통제하고 줄여 가격을 유지하는 것과 동일하다.
이명박 정부는 서울에서 공급이 늘 수 있도록 재건축도 풀고, 그린벨트에서 아파트를 건축해서 반값에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수요를 초월하는 주택 공급을 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아파트 가격이 갑자기 폭등하기 시작한 것은, 다른 데 원인이 있다기 보다, 소득은 늘고 있는데, 소득이 느는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아파트는 2025년부터 2027년 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공급이 줄어든다. 문재인 정부 때 아파트 공급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현장이 멈추었으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급이 중단된 여파가 곧 닥칠 것이다.
그런데 더 문제는 고소득자는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연봉 1억 이상 근로소득자가 131만명에 이른다.
그런데 1억 이상 근로자가 부부일 경우 가구소득은 2억이 넘게 된다. 월 세후 소득 1400~1500만 원에 이르는 고소득 가구가 수십만명에 이른다는 소리다. 그런데 그 정도 소득을 버는 부부가 원하는 집은, 서울에서 강남, 그것도 아파트에 신축 또는 준신축급/ 대단지일 것이다.
그런데 서울강남에 그 정도 준신축의 대규모 아파트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수십만명의 고소득 맞벌이 부부를 수용할 만한 아파트는 한정적이고, 매물로 나와 있는 것으로는 그들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서울 강남의 아파트는 한정적인 매물이 나오는 하이엔드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에게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지 않으면, 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번 윤석열 정부의 그린벨트 풀어서 아파트를 공급하는 정책은 불가피하지만, 또 매우 늦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더이상 지체하면 서울 강남 국민평형 70~100억 대가 되는, 상상하기 힘든 극악한 양극화 시대로 접어든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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