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가 전청조로부터 받은, 하지만 남현희 명의의 벤틀리 등 선물들을 경찰에 임의제출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남현희가 경찰에 제출해서 경찰이 압수한 그 물품들을 몰수하고,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
남현희의 벤틀리 몰수해서 피해자가 환부받을 수 있을까
이 재산을 몰수하여 피해자에게 돌려주려면, 일단 "몰수"가 가능한지부터 봐야 한다.
형법 제48조는 몰수의 요건이 쓰여져 있다.
형법 제48조(몰수의 대상과 추징) ① 범인 외의 자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하거나 범죄 후 범인 외의 자가 사정을 알면서 취득한 다음 각 호의 물건은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할 수 있다. 1. 범죄행위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 2.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겼거나 취득한 물건 3. 제1호 또는 제2호의 대가로 취득한 물건 ② 제1항 각 호의 물건을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價額)을 추징한다. ③ 문서, 도화(圖畵), 전자기록(電磁記錄) 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유가증권의 일부가 몰수의 대상이 된 경우에는 그 부분을 폐기한다.
위 조항은, 일단 "범인 외의 자에 속하지 아니한 물건"이거나 "범죄 후 그 사정을 알면서 취득한 물건"에 대해서, 그 물건이 범죄에 제공되거나 범죄로 생긴 물건, 그 대가로 인한 물건일 때 몰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현희의 벤틀리는 어떤가? 일단 전청조가 범인이고 남현희가 범인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범인 외의 자에 속하는 물건"이므로, 위 형법 상 몰수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벤틀리는 남현희 명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벤틀리가 전청조가 행한 사기범행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취득한 것인가? 법적으로 따지면, 벤틀리는 전청조가 사기범행의 결과로 얻은 돈을 바탕으로 사거나 사준 재산이다. 범죄에 제공되었거나 제공하려 한 물건이 아니다. 만약, 벤틀리를 타면서 사기범행을 하였고, 벤틀리에 관한 계약 등 행위가 사기와 일체로 돼 있다면 해당될 여지는 있을 수 있다. 또 2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겼거나 취득한 물건'인가? 여기도 해당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벤틀리는 사기범행 후 피해자들로부터 얻은 재산을 통해, 또 그 재산을 축적해 얻은 재산으로서 "범죄피해" 재산에 해당될 뿐 범행에 제공되거나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물건으로 볼 수 없다. 즉, 위 벤트리는 형법 제48조의 몰수 대상은 아니다.
남현희의 벤틀리는 형법 제48조의 몰수 요건에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법)은 이 몰수의 요건을 더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았다. 즉, 제8조는 '범죄수익' 및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에 대해서도 몰수가 가능하도록 규정하였고, 이로 인한 재산, 그 범죄행위의 보수로 얻은 재산에 대해서도 몰수가 가능하게 돼 있다. 이에 따르면 벤틀리는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이므로 몰수가 가능하다.
범죄수익은닉법 제8조(범죄수익등의 몰수) ① 다음 각 호의 재산은 몰수할 수 있다. 1. 범죄수익 2.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 3. 제3조 또는 제4조의 범죄행위에 관계된 범죄수익등 4. 제3조 또는 제4조의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 또는 그 범죄행위의 보수로 얻은 재산 5. 제3호 또는 제4호에 따른 재산의 과실 또는 대가로 얻은 재산 또는 이들 재산의 대가로 얻은 재산, 그 밖에 그 재산의 보유 또는 처분에 의하여 얻은 재산 ② 제1항에 따라 몰수할 수 있는 재산(이하 “몰수대상재산”이라 한다)이 몰수대상재산 외의 재산과 합쳐진 경우 그 몰수대상재산을 몰수하여야 할 때에는 합쳐짐으로써 생긴 재산[이하 “혼화재산”(混和財産)이라 한다] 중 몰수대상재산(합쳐지는 데에 관련된 부분만 해당한다)의 금액 또는 수량에 상당하는 부분을 몰수할 수 있다.
그런데, 위 범죄수익은닉법 제8조 제3항은, 사기범행으로 인한 범죄수익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해서는 몰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범죄수익은닉법 제8조(범죄수익등의 몰수) ③ 제1항에도 불구하고 같은 항 각 호의 재산이 범죄피해재산(재산에 관한 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제1항제1호ㆍ제2항제1호의 죄 또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50조ㆍ제652조 및 제654조의 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에 의하여 그 피해자로부터 취득한 재산 또는 그 재산의 보유ㆍ처분에 의하여 얻은 재산을 말한다. 이하 같다)인 경우에는 몰수할 수 없다. 제1항 각 호의 재산 중 일부가 범죄피해재산인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하여도 또한 같다. 남현희의 벤틀리는 이 법 제3항의 "재산에 관한 죄"에 해당하므로 몰수대상이 아니게 된다. 결국, 남현희의 벤틀리는 일단 형법은 물론 범죄수익은닉법에 따른 몰수대상은 아니다.
범죄수익은닉법에 따른 범죄피해재산이라도, 재산범죄(사기죄)피해재산은 몰수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범죄피해재산의 몰수를 금지하는 법률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 위 법의 취지는 사기 등 재산범죄 피해는 민사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인데, 다단계나 보이스피싱 등 대규모 피해의 경우 사실상 민사적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피해회복을 금지시킨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 시행되고 있는데, 이 법 제6조에 따르면, "범죄피해재산으로서 범죄피해자가 그 재산에 관하여 범인에 대한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할 때" 몰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부패재산법 제6조(범죄피해재산의 특례) ① 제3조의 재산이 범죄피해재산으로서 범죄피해자가 그 재산에 관하여 범인에 대한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몰수ㆍ추징할 수 있다. ② 이 법에 따라 몰수ㆍ추징된 범죄피해재산은 피해자에게 환부(還付)한다. ③ 범죄피해재산의 환부 요건 및 절차 등 범죄피해재산의 환부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범죄피해재산에 대한 민사적 청구가 심히 곤란할 때, 부패재산법에 따라 몰수 및 피해자 환부가 가능하나, 매우 엄격하다
그렇다면 벤틀리는? 벤틀리가 범죄재산범죄에 해당되고,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는 사정이 있다면, 국가가 이를 몰수하여 피해자에게 환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쉽지 않다. 지방법원 다수의 판례(2021노3275, 2022노1227(병합) 사기, 범죄단체가입, 범죄단체활동등 다수 판례 참조)는, 범죄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자와 피해금액이 특정돼 있다면, 이 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시를 줄곧 이어가고 있다.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다.
2021노3275, 2022노1227 판결 이유 중
전청조라는 범죄자가 특정되어 있고, 국내에 있으며, 그 재산이 어느 정도 특정되었고, 피해자와 피해금액 역시 특정된 이상, 마찬가지 차원에서 벤틀리는 이 법에 따른 몰수대상이 안될 것으로 보인다. 실무 재판에서, 사기꾼의 재산을 몰수청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속히 민사소송을 통해 그 재산을 가압류하고, 판결을 받아 집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따라서 속히 남현희가 경찰에 제출한 벤틀리는 물론 전청조 재산에 대해 가압류 및 민사소송을 제기해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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