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부동산 시세상승으로 인한 분쟁에 관하여 몇 차례 글을 쓴 바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계약금 지급 이후 중도금 일부 지급 등 이행에 착수하면, 더이상 계약금의 배액 제공만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이는 확고한 대법원의 입장이므로 계약당사자는 상대방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1. 대전에서의 사건.
1년 반 전, 대전에서 계약(2020. 8.)한 이후, 중도금 지급기일(2020. 12.)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가, 갑자기 대전지역 아파트 시세가 급등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지, 매수인이 나의 조언을 듣고 중도금 중 일부(1,000만 원)을 이체한 사안이 있었다.
결국 소송에 들어갔고(가처분도 완료), 법리적으로 승소 가능성이 높았기에 치열하게 공방이 이어졌다.
재판 중, 상대방이 1,000만원을 이체한 이유에 대해, <공인중개사가 위 물건을 우리 의뢰인에게 소개해 준 사람에게 "매도인이 해제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식의 말을 하였고, 이 정보를 들은 우리 의뢰인이 1,000만 원을 이체함으로써 매도인의 해제권을 박탈한 것> 이라는 매도인 측의 공격이 있었다.
정보누설 또는 해제의 움직임을 인지한 후 중도금의 일부를 이체하는 것이 법적으로 매도인의 해제권 행사를 막는 이행의 착수에 해당할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매도인이 해제를 하려면, "계약금의 배액을 제공"하고, "해제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매수인에게 도달"되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해제하고싶어한다"는 정보만으로 매수인의 선이행을 막지 못한다.
이러한 점을 강력하게 어필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가 비록 상대방 매도인이 해제하고 싶어한다는 정보를 듣고 중도금 중 일부를 이행했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매도인의 해제권은 이미 박탈된 것이다.
문제는, 재판장님이 이러한 매수인의 이행착수가 "권리남용"이 아니냐고 물었다.
(몰래) 이행에 착수한 것이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민사상 대원칙인 권리남용이라는 독특한 해석. 판사의 물음에 법리검토에 착수했다.
계약금 지급 후 계약의 해제를 막기 위한 시간은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에게 주어진 공평한 것이다.
매도인이 매수인의 이행착수를 막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계약금배액배상 통보 및 계약 해제 의사표시"를 했어야 하는 것이다.
<해제하고 싶다는 매도인의 약한 의사표시를 매수인의 이행착수를 막는 행위로 해석하는 것은 입법행위로서 법률의 해석을 넘는다는 준비서면>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두고, 이를 권리남용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강하게 변론했고, 결국 우리의 요구대로 조정이 성립되었다.
우리측은 소송비용을 포기하는 대신, 소유권이전등기 날짜 등을 양보받았고, 상대방은 소송비용 책임을 면하는 대신, 이사날짜를 고려한 잔금일시를 양보받았다.
2. 김포에서의 사건
신혼부부의 김포부동산 매수 후, 매도인의 해제통보 전 중도금 전액을 변제공탁한 사안. 이는 너무나 명백하게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우선하는 사례였다.
소를 제기하고, 변론기일까지 몇 차례 협상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요구(매매대금 1억 증액 등)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처분금지가처분이 되는 바람에, 원래 입주해 살려고 한 집에서 거주하던 임차인의 임대차기간이 갱신되어 버렸다. (처분금지가처분 때문에 새로운 임차인을 받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매수인인 의뢰인은 임대차계약 갱신으로 인해 잔금 대출이 힘들어져 버렸고, 입주날짜도 2년이 미뤄졌다.
매도인 역시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힘들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어떻게든 조정으로 빨리 끝내려 하였다.
직권으로 재판장님이 조정기일을 잡았다.
우리 측 사정을 이야기하고, 다만 절대 1원도 증액할 수 없고, 잔금은 1년 뒤로 이야기했다. 처음에 1억 원 증액을 이야기하다, 5000만원 증액으로 낮췄지만, 우리는 양보할 수 없고 판결을 받아보자고 조정장을 일단 나왔다.
다시 들어온 조정장에서, 상대방은 증액 없이 1년 뒤 잔금조건까지 받아들였다.
다만 우리는 소송비용 포기 및 공탁금 회수에 동의한다는 취지로 상대방의 주장을 일부 수용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우리의 전부 승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매매대금을 1원도 증액하지 않았고, 임대차계약 갱신으로 인한 잔금대출이 불가능하게 된 사정을 감안하여 잔금을 1년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부동산분쟁의 승리는 끝까지 버티고 법리적으로 싸우는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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