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서면은 상대방 서면에 나오는 문장들이다. 요즘은 읽고 이해하는 것에는 전혀 문제없어서 그런지 굳이 이를 문제삼는 법원이나 당사자도 없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서면 작성 능력이 변호사 자질의 가장 기본이 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정육점은 고기를 잘 다듬고 써는 것이, 헤어 디자이너는 고객 머리의 특성을 파악해서 가위질을 적절히 잘 하는 것이 기본이듯, 변호사는 사건의 핵심을 파악하고 본질을 찾아 서면에 담아내는 것이 그 능력이다.
변호사의 서면적 능력을 가늠해 보는 기본은 맞춤법과 띄어쓰기다.
위 캡쳐한 상대방 서면의 문장 중 '월세등을 요구한적'은 "월세 등을 요구한 적"으로 '등'과 '적' 앞의 단어를 띄우고, '150만원 이상'은 "150만 원 이상"으로 '원'을 띄우고, '못하게하여'는 "못하게 하여"로, '스트레스등으로'는 "스트레스 등으로"로, '나쁜기억을'은 "나쁜 기억을"로 각 띄어쓰기를 해야 한다.
준비서면 초안이 나온 뒤 탈고까지의 시간은 매우 고통스럽다. 작성을 완료한 상태에서 바로 검수에 들어가지 않고, 30분이나 1시간 뒤 검수를 시작한다. 컴퓨터로 보는 것과 종이로 출력한 뒤 보는 것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따로 뽑아 검수하기도 한다.
제일 우선 보는 것은 문장이 자연스레 물 흐르듯 읽히는지다. 문어체로 복잡하게 서술해 놓은 문장은 되도록 쉽게 쓰려 전체를 바꾼다. 그 다음은 주술과 맞춤법, 띄어쓰기다.
주술이 안 맞는 문장은 기본 자질을 의심케 만든다. 주어가 누구이고, 어떻게 한다는 것이 문장 안에 녹아있어야 한다. 맞춤법은 물론, 동어반복적인 문장도 걸러낸다.
이 작업은 최초 작성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힘든 작업이기도 하다. 최초 초안부터 탈고까지의 모든 절차는 서면 작성에 대한 창작의 고통이라는 범주 속에 포함될 것이다.
서면은 변호사의 머릿속을 정확히 밖으로 표현한 것이다. 변호사가 사건장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머릿속이 복잡할 뿐 정리가 되지 않았다면, 서면도 똑같이 지저분해진다. 신경을 제대로 쓰지 않은 티가 나는 것이다.
의사가 대충대충 환자를 보면 사람을 죽이듯, 변호사가 대충대충 사건을 대하면 인생을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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