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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정재기

무죄 판결, 진실을 향한 힘겨운 싸움

수사와 재판을 받는 사람은 일생 일대의 중요한 기로에 선다. '내가 검사에게 협조해서 잘 보이면 재판받지 않게 해주지 않을까.' 아니면, '내가 판사에게 잘 보이면, 선처를 해주지 않을까'. 설사 내가 하지 않았더라도, 모든 피의자와 피고인은 그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 주, 변호를 맡은 의뢰인에 대하여 판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전적으로 검사의 부실 수사 때문에 불거진 것이다. 애초에 수사 대상도 되지 않았기에, 피의자의 억울함을 조금만 들어줬으며, 재판까지 가지 않아도 될 사안이었고, 오히려 이 피의자를 지목한 사람을 무고죄로 인지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귀찮은 검사의 일처리 때문에 부실한 수사를 한 뒤, 재판으로 이어졌다.


1회 공판기일.

검사는 공소요지를 낭독했다.


- 검사의 공소사실.

"A(의뢰인)는 B를 시켜, 2016. 1. 22 강원도 원주와 춘천에 법인설립등기를 하게 하고, 법인사업자 등록을 하게 한 후 통장을 개설하게 하고, 이를 받아 통장을 팔아 넘겼다.(#전자금융거래법위반)"

* 그 통장은 누군가에 의해 보이스피싱 용도로 이용 되었다.


- 증거

B의 진술(어쩌면 유일한 증거)

B가 개설한 통장과 법인등록증, 사업자등록증

(모두 A가 시켜 개설, 등록한 것이라고 진술)


나와 의뢰인(A, 피고인)은 회의를 한 후 이 모든 공소사실에 대하여 부인하기로 했다. 그런 일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험난한 과정이 될 것임을 미리 의뢰인에게 고지했고, 의뢰인 역시 그 투쟁에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 1회 공판.

A는 모든 공소사실 부인.

- 나는 B를 시켜 저런 사실을 한 자체가 없다

- 전혀 쌩뚱맞은 소리다.


우리는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뢰인(A)은 인터넷을 잘 쓰지도 않고, 카드 거래내역도 거의 없었다. 구글지도 등에 연동되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기록도 없다.


1회 재판 후 할달동안 샅샅히 뒤졌다.

그런데, 딱 하나 발견했다.

2016. 1. 21. 1. 22. GS잠실점에서 결제한 내역!

또, B는 그날 A가 자신을 데리고 원주까지 갔다고 했다. 그런데, 피고인은 차량을 면허 취득 후 운전한 사실 자체가 없다.


2회 재판이 시작됐다. 증인은 B가 나왔다.

* 2회 공판. B가 출석. 증인신문.

- 1. 22. 에 어떻게 갔습니까?

A가 데려다 줬습니다.


- 거기서 법인설립등기를 법무사에게 어떻게 의뢰했습니까? 설명한 그대로 말해보세요.

모르겠습니다.


- 피고인이 시켜서 직접 가서 설명했다는데, 설명한 내용을 모르나요?

모르겠습니다. 기억안납니다.


- (1. 22. 카드결제내역 제시) 피고인은 1. 22. 에 잠실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모르겠습니다.


- 위 법인설립등기는 4. 28. 폐업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도 같이 원주에 갔나요?

네.


- 폐업신고는 어떻게 하였나요?

모르겠습니다. 시키는대로 했습니다.


그런데 진술 중 피고인 때문에 아직도 여러 법인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런데 폐업신고를 하는 방법을 몰라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 아니, 폐업신고까지 같이 가서 했다면서, 왜 모른다는 것이지요?

모르겠습니다.


분명, 모든 기억을 모른다고 잡아떼고 모두 피고인이 한 것처럼 진술하고 있다.


- 피고인이 직접 차를 몰고 원주까지 갔나요.


- 피고인은 면허 취득 후 지금까지 차를 구매한 적도 없고 직접 운전한 바도 없는데?

모르겠습니다.


증인 B의 진술은 일관되지도 않았고, 모든 책임을 오로지 A에게 넘기고 있었을 뿐 구체적 경위에 대해서는 진술이 모순됐다.


이를 지적하는 변호인의견서를 구체적으로 담아 제시했다.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 회사상호를 누가 만들었는지, 실제 날짜에 서울에 있었던 알리바이 증거 등.


2019. 8. 판결이 선고되었다.

피고인은 무죄.

무죄이유는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짚었다.

정의는 이렇게 힘겹게 투쟁하는 자에게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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