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는 교도소의 담벼락을 걷는다는 말이 있다. 성공하면 신화가 되지만, 실패하면 투자자나 근로자 또는 그 회사의 주식을 산 사람에게 고통을 안긴 사기 가해자가 된다. 그것이 사업의 세계다.
정주영이 유럽에 가서, 500원 짜리 지폐에 있는 거북선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 선조는 500년 전 이미 이런 배를 만들었다, 당신이 투자하면 배를 만들어주겠다고 설득하고, 허허벌판 울산조선소에 맡길 일감을 따왔다는 이야기는 사업가의 교도소 담장 이야기를 되돌아 보게 만든다. 확신과 불안, 현재와 미래에 대한 투자이야기.
수많은 민사사건을 진행하면서, 의뢰인들이 흔히 묻는 말이 있다. "이거, 형사고소도 함께 하는 것은 어떨까요? 다른 로펌에서는 민, 형사 같이 진행하자고 하던데"
맞다. 형사고소도 함께 할 사안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형사고소를 서둘러야 하거나 같이 해야 할 사건은, 사기가 명백하고 피해당한 사실이 명백하거나 최소한 그러한 의심이 합리적이라고 생각이 들고, 민사적으로 받아낼 돈이 충분치 않을 때이다. (공소시효가 임박했을 때도 동일하다)
그렇지 않고 무턱대로 민사와 함께 형사고소도 함께 진행하면, 사건의 결론을 경찰서 말단 수사관의 머리와 의지에 의존하는 꼴이 되고 만다. 더구나 형사고소를 하면, 민사에서는 형사고소의 결과를 보자며 재판을 진행하지 않는다(기일추정).
민,형사를 함께 진행하는 것은 전략적 판단에 따라야 한다. 그것이 경계선에 서 있는 사업가의 행동의 구조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변호사의 길이기도 하다. 또, 사업의 그 위험성으로 인해 늘 변호사의 자문을 거치고, 법률적 경문(警文)을 들어야 한다. 그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위대한 결과를 낳게 된다. 정주영의 성공은 그 사소함을 놓치지 않고 삶을 그것에 쏟아넣었기 때문이다.
다수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 형사고소는 일단 하지 말고 민사소송으로 먼저 하자고 설득한 후, 민사재판에서 재판장의 명령을 통해 여러 증거들을 수집하고(사실조회 신청 등), 증인을 세우는 노력을 하고 있던 중, 다른 변호사가 진행한 비슷한 사건에서 형사고소한 사건이 무혐의가 나왔다. 그 변호사는 먼저 형사고소부터 진행하고 민사재판을 중단시켜 놓았는데, 갑작스러운 결과에 모두가 당황했다.
형사가 수사할 때, 어떤 누구를 어떻게 조사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불의타를 맞은 것이다. 애매한 사기사건을 형사부터 진행했을 때 맞는 예상못한 불이익한 결과는 의뢰인의 권리에 악영향을 미친다.
소송도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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