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되고 나서, 정신없이 하루를 지내고 있다.
내 시간이라고 해봐야 새벽과 식사시간과 퇴근 후 밤 시간이 유일할 정도다. 의사도 그렇고 변호사도 그렇고, 전문직 대다수가 이러한 무시무시한 노동강도를 기본으로 한다.
늘 '변호사 바쁜 것이 좋은 거지'라는 말을 들으며, 내게 위로를 하곤 했다. 변호사들끼리 모여 '놀고 먹는 변호사보다 바쁜 변호사가 낫다'라는 말을 술자리에서 하며 야근과 유체적 피곤함을 위로하곤 했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변호사가 늘 바빠야 한다'는 것은, 현재에만 매몰된 것일 뿐이다. 현재에 매몰되면 미래를 볼 수 없게 된다. 현재 너무 바쁘면 나 자신을 잃어버린 채 강도높은 노동만 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법률지식을 강도높게 습득하지만, 그것이 "늘 바쁜" 상태로 습득되는 것이라면,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 자신을 돌아볼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면, 달리는 경주마의 그것처럼 옆과 뒤, 그리고 미래를 돌아보지 않고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AI가 화두다. 3,4일 걸리던 고소장을 10분만에 뚝딱 처리하고 있는 시대다. 이제 곧 상당수의 변호사가 자신의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수년, 수십년 간 습득한 법률지식이라는 것은 한낱 AI의 0.00001초만에 습득되는 티끌같은 정보일 수 있다.
(그러나 AI가 온다고, 인터넷에 모든 정보가 있다고 인간적 방법에 의한 지식습득을 게을리 한다면, AI에 언제나 종속된 부속품일 수밖에 없다. 지식을 습득하고 반복 숙달하며, 자신의 업역 내에서 우물을 깊게 파는 것은 직업인의 기본이다)
시대를 읽고 미래를 읽되, 현재를 깊이있게 바라봐야 한다.
그것은 정신없이 바빠 자신을 잃고 있는 상태에선 도저히 습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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