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를 한지 횟수로 13년을 넘어가다보니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사연을 만난다. 아기를 납치당한 후 법정에서 아기를 보자마자 꺼이꺼이 울며 정신을 잃은 엄마의 처절한 목소리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전재산을 투자한 후 갑자기 사라진 사기꾼 때문에 이혼을 하고 월세방을 전전하는 사람의 눈빛은 이미 세상의 희망을 모두 놓아버린 그것처럼 보였다.
늘 이런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며 미래를 고민하는 직업이다보니 자신 앞에 던져진 기록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누군가의 사연을 종이로 출력되어 내 앞에 있지만 대표변호사로서 그 사람의 인생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인생을 읽기 위해 아침에 운동을 하며 하루를 계획한다. 그 아픈 의뢰인 삶에 휩쓸리지 않지만 위로와 미래를 보여줄 수 있도록 마음을 가다듬고, 저녁엔 여러 책에서 그 의뢰인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르침을 받는다.
그래서 변호사는 고독한 직업이다.
그러기에 일류가 되지 않고서는 이 폭풍이 몰아치는 누군가의 삶에 개입할 수 없다. 자칫 모두 휩쓸려 떠내려 가기 때문이다.
가이토 다카시 작 <일류의 조건>을 읽으며 매일매일 법에 천착(穿鑿)하는 내 삶의 길이 맞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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