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가임차인이 상가임대차계약의 만료 하루 전에 "나가겠다"고 통보하더라도, 묵시적 갱신이 되지 않고 바로 임대차계약이 종료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B씨 소유의 한 상가를 2018년 12월 31일부터 2020년 12월 30일까지 보증금과 월세를 주고 임차했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계약 만료 직전까지도 임대차 계약 해지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계약 종료 전날, A씨가 B씨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임대인은 “이미 묵시적으로 계약이 갱신됐다”며 보증금 반환을 거부했다.
소송은 1,2심 모두 원고(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청구를 기각했다. 이미 묵시적으로 계약이 갱신된 이상 보증금 반환의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2023다307024)은 달랐다. '묵시적 갱신'에 관한 법률조항은 임대인에게 적용될 뿐 임차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임차인은 언제든지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앞으로 임대인에게 예측하지 못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이라는 부담을 지울 것으로 보인다. 묵시적 갱신 조항이 임대인에게만 적용된다는 판단이어서, 임차인이 위와 같이 하루전에 계약만료를 통보할 경우에 대해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은 묵시적 갱신 이후 언제든지 해지통보를 할 수 있고, 그 해지통보 후 3개월 뒤에 해지되므로 이번 대법원 판결로 달라지는 것은 그 "3개월"이 있느냐 여부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대법원이 위와 같이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보면, 제10조 제4항에 아래와 같이 규정돼 있다.
④ 임대인이 제1항의 기간 이내에 임차인에게 갱신 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에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1년으로 본다. <개정 2009. 5. 8.>
⑤ 제4항의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제4항은 주어가 '임대인'이다. 임차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의 '임대인'을 임차인도 구속하는 것으로 보아, 임차인 역시 만료 1개월 전까지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을 때 묵시적 갱신에 구속된다고 보았고, 다만, 제5항에 따라 "언제든지" 해지통고를 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해석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위 조항을 문언적으로 해석해서 임대인만 묵시적 갱신을 막기 위해 만료 1개월 전까지 갱신거절 통보를 할 수 있을 뿐이므로, 임차인은 1개월이 끝나고 계약만료 직전까지 해지통보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사안에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임대인에게는, '만료 1개월 전까지 묵시적 갱신을 하지 않은 임차인이 계약만료 하루전에 계약해지 통보를 하더라도 바로 다음 날 보증금 전액을 반환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는 점이 달라졌다.
임차인은 만료 1개월 전이 아니라 만료 직전까지 해지통보로써 임대차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만료 하루 전 통보한 다음날부터 임대인에게 지체책임을 지울 수 있게 되었다(물론 자기 건물을 인도해야 지체책임을 지울 수 있다).
그 어떤 경우든, 원래부터 묵시적 갱신된 이후 임차인이 해지통보한 뒤 3개월 뒤에 계약이 해지되도록 되어 있었으므로,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임대인은 계약만료 직전까지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즉시 해지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대비해야 할 것이다.
임대인이 책임질 법적의무는 다양하고 많다. 대법원 판결도 그 점을 확인하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경영상의 예측불가한 상황을 법리로 자꾸 만들어내는 것은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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