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 A씨는 서울에서 집을 알아보다가, 적당한 위치에 싼 가격으로 나온 전세매물이 있단 소식을 듣고 부동산 중개사무실을 방문하였다. 그곳에서 부동산 중개사는 매물의 장점을 장황하게 설명하며, "이렇게 싼 전세가 없다"고 하였다. A씨는 등기부등본을 보자고 했다. 등기부등본을 보고 있는데, 약간 해석상 의문이 있었다. 부동산 소유권이 전부 "신탁사"로 넘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위 그림과 같이, 갑자기 소유자가 **부동산신탁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이런 등기부의 "을구", 즉 채권자 같은 권리자의 기재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간혹 사람들은 "채무도 없는 깨끗한 부동산이구나"라고 착각할 수 있다. 부동산중개사무실에서도 A씨는 그렇게 해당 부동산 물건을 이해하고,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신탁된 부동산의 등기부를 볼 때 중요한 것은 "을구"가 아니다. <신탁원부>를 봐야 한다.
그래서 해당 주소지 등기부등본 외 "신탁원부"를 떼 달라고 해야 하고, 신탁원부에 어떻게 신탁계약이 체결되어 있고, 채권자들의 수익순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우선수익권자들이 보통 등기부의 "을구"란에 기재되는 선순위 채권자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담당하는 사건의 등기부등본의 신탁원부를 떼보면, 아래와 같다.
보면 알겠지만, 1순위 우선수익자부터 3순위 우선수익자까지 빽빽하게 들어가 있다. 여기서 우선수익자는 보통 그 토지를 이용해 개발사업을 하는데 대출해준 은행이나 새마을금고와 같은 대주단이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신탁"이라는 제도의 의미다. 신탁은 소유권을 신탁사에게 넘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 소유자는 소유권을 잃게 된다. 이에 따라 더이상 어떠한 전세 등의 임대 활동을 할 수 없다. 다만, 신탁원부에 첨부된 신탁계약서에 임대계약에 대해 허용해 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임대계약을 하더라도, 제1순위 권리자는 위 1,2,3순위 수익자들이므로, 임대차계약을 한 임차인은 소액보증금 등으로 권리를 주장할 여지가 없거나 적다. 자, 신탁계약서를 봐보자.
위 10조 제3항을 보면, 신탁부동산은 수탁자(신탁회사)의 사전승인 없이 임대계약을 놓는 것을 금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통 신탁회사는 전세나 임대차계약을 개발사업에 방해되는 일로 보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는다. 특히, 제11조는 신탁계약 체결 전 존재하던 임대차계약에 대해 규정하는데, 보증금반환채무를 위탁자(전 소유자)가 채무를 부담토록 하고 있다. 전에 있었던 계약을 갱신할 때도 신탁회사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제11조 제3항 단서). *동의를 받도록 돼 있고 동의를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인의 갱신권 등은 그대로 보호되므로, 기존 임차인의 권리는 위 조항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보장된다. 만약, 신탁회사의 동의를 받은, 전 소유자(위탁자) 명의의 임대차계약이라면, 임차인은 임대인이 자기 소유 건물이 아닌 건물에 대해 신탁회사의 위탁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사실 및 선순위 우순수익자가 많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보호를 다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는 이 사실을 정확히 고지해야 한다. 돌아와서, A씨는 이를 정확히 고지 받지 못했고, 오히려 자신이 잠시 신탁해놓은 거라는 임대인의 말을 믿고 덜컥 계약했다. 하지만 개발사업이라는 것이 리스크가 매우 큰 사업이고, 사업이 엎어지면 위 부지를 경매하여 빚을 청산하게 된다. 이 때, 신탁회사의 동의가 없는 임차인의 보증금은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신탁등기부는 여러모로 매우 유의해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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