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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정재기

의사파업과 법적조치의 한계





의사의 파업이 의료현장 마비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의사를 연 2,000명 증원한다는 발표를 한 이후 전공의가 떠난 병원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피해가 신고된 건수가 150여 건을 넘고 있다.


이러한 극한의 대치는 의사증원이라는 우리 사회의 해묵은 이슈로 인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 35년 간 증원되지 않은 의사, 그리고 필수 의료분야의 낮은 수가, 의료과실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자, 그렇다면, 의사가 파업을 했을 때 정부는 어떤 명령을 발할 수 있을까.

의료법에 규정이 있다.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 ①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개정 2008. 2. 29., 2010. 1. 18.>

②보건복지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개정 2008. 2. 29., 2010. 1. 18.>

③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2항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즉, 의료법 제59조 제2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항에서 의료인은 그 명령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제88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9. 8. 27., 2020. 3. 4., 2021. 9. 24.>

1 (전략) 제59조제3항 (후략)


 



이 무시무시한 법은 2000년 의약분업 파업때 생긴 법률이다. 의사들의 파업이라는 것이 사실 상상하기 힘들다. 의사들이 떠나면 환자는 당장 생명에 위협을 받을 것이므로 그 생명을 담보로 한 진료거부 행위는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사실 시도된 바 없기 때문이다.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 중에도 의료행위가 멈추지 않은 인류사에 정책반대를 이유로 의료행위를 거부하는 것은 사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납득하기 힘들다.


그러나 파업의 이유와 타당성을 떠나, 의료법에 의사로 하여금 강제진료를 하도록 규정해 놓은 법률이 대한민국 법전에 있다는 것 역시 부끄러운 일이다.


세계인권협약은 강제근로를 금지하고 있다. 강제로 자신의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 모든 일을 금지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노동법에 규정된 근무개시명령 제도 역시 인권을 후퇴시킨 법률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태이다. 강제근로를 금지하고 있는 ILO 제29호 협약을 아직까지 비준하지 않은 대한민국이다.


의사의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강제근로를 시키는 국가는 사실 대한민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이 전근대적 조항이 들어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파업을 하는 의사들로 하여금 강제로 의료현장으로 돌아오게 한다고 하더라도, 그 내면에 담긴 폭력적 강제근로의 위헌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편, 의사들에 대해 정부는 지도부 체포와 법정최고형 구형을 할 것을 밝혔는데, 의사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련의 모든 결과에 대해 의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


일단 의사의 파업으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다면, 그 환자 사망에 대한 '살인'죄가 적용되는 것은 쉽지 않다. 의사가 파업해서 수술이 뒤로 밀렸다고 하더라도, 즉시 수술하지 않으면 곧 사망하는 명백한 사례가 아니라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손해배상은 가능할 것이다. 의사의 파업으로 수술이 지연되어 발생한 신체 건강의 악화가 입증된다면, 어느 정도 금전적 배상은 가능할 수 있다. 과거 의료파업을 했을 때 일부 의료기관이 배상책임이 인정된 바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인과관계 입증을 환자가 해야 한다.

하루 속히 이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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