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 법인인 상태에서 집을 팔았고, 매수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줬을 때, 임차인에게 보증금반환책임은 누구에게?
- 정재기
- 2024년 10월 16일
- 2분 분량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A는 아파트 소유자였고, 갑(법인)은 보증금을 준 전세임차인이었다. A는 B에게 아파트를 팔았다. (그 과정에서 특별히 임차인 갑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B는 아파트 소유자가 된 후 대출을 받았지만, 대출을 갚지 못했다. 갑은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후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B에게 요구했지만, B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전세보증금 보험사는 보증금 보험금을 갑에게 주고, A에게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A는 "나는 이미 아파트를 팔았고, B가 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였다"고 항변하였다.
보험사는 "갑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상 보호받는 임차인이 아니므로, A가 아파트를 팔았어도 B와 보증금 채무변제 책임을 같이 질 뿐 A가 면책되는 것이 아니다"며 이를 반박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배척하고,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판결이 확정되자, A는 B와 공인중개사 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아파트를 매도할 때 이러한 법률적 책임(임차인의 보증금 채무가 면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심은 공인중개사가 그러한 사정까지 고지할 의무가 없다고 패소판결을, 2심은 공인중개사의 주의의무 위반이라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대법원은 1심과 같이 공인중개사의 주의의무가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공인중개사의 중개 행위는 계약 당사자 사이의 매매 등 법률 행위가 성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법률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행위는 단순한 사실행위가 아닌 법률 사무”라고 밝혔다. 이어 “공인중개사가 부동산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까지 조사·확인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것이다.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임차인이 있는 상태에서 집이 매각되면, 전 소유자 역시 보증금 반환책임을 여전히 지고 있다고 하면서,이 법적인 것은 공인중개사의 주의의무 범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아파트를 팔면 전세보증금 반환책임도 면제될까?>
아파트 소유자가 전세 임차인이 있는 상태에서 집을 팔았다고 해서 바로 보증금 반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명시적으로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의 대항요건을 갖춘 임대차의 목적이 된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 그 양수인은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임대인의 임대차계약상 권리ㆍ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소유자가 보증금 반환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나 임차인이 임대인 지위 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임차주택 양도사실을 안 때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 경우 기존 소유자는 여전히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다251929 판결).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임차인이 있는 상태에서 집이 매각될 때, 임차인이 '이의제기'가 없다면 새로운 소유자만이 보증금 반환책임을 지게 된다
이러한 법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임차인일 경우를 전제한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모든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의를 제기할 경우"라는 판례의 문구를 "임차인의 동의"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니다. 아파트가 매도됐다는 사실을 안 임차인이 적극적으로 '나는 이에 반대한다. 전 소유자가 책임져라'고 의사표시를 한다는 의미이고, "아파트 매도에 동의한다"는 의사표시가 아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으면 이의제기 하지 않은 것이 되어 새로운 소유자가 책임진다.
만약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임차인, 특히 위 사례와 같이 법인이 임차인일 경우는 이 같은 판례가 적용될 수 없다. 그럴 경우는 어떻게 하나?
임차인이 이의제기를 하거나, 주택임대차보호법 미적용 주택은 전,현 소유자 모두 보증금 반환책임을 지게 됨을 유의해야 한다
이때는 '병존적 채무인수'의 법리에 따라, 전 소유자 및 현 소유자 모두 보증금 반환책임을 진다. 임차인은 재정상태가 우수한 소유자를 선택해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현 소유자에게 요구했다가 돈이 없어 돌려받지 못하면, 전 소유자에게까지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위 사건에서 공인중개사에게 이러한 법률적 의미까지 제대로 설명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배상책임이 부정되었다. 보증금을 낀 채 갭형식으로 부동산 매매할 때는 보증금 반환책임에 대한 법률적 위험에 대해 변호사 조언을 받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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