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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정재기

입춘, 변호사 13년차.






변호사라는 직업은 자신의 인생에 큰 풍파를 겪는 사람을 대신해 그 풍파를 막는 일을 한다.


그 사람은 때론 살인범일수도, 때론 성폭행 피해자이기도 하다. 또, 그 의뢰인이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사람일수도, 사회적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약자일 수도 있다.


사법시험을 합격한 지 14년이 흘렀고, 변호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지 벌써 12년이 흘렀다. 13년차 변호사로, 대표변호사로 2024년의 새 봄, 입춘을 맞이하는 기분은 남다르다.


변호사는, 사업을 크게 성공한 뒤 생긴 각종 민형사상 분쟁에 휘말린 50대 사장님, 미래를 위해 투자를 받았지만 결국 예측했던 미래가 오지 않아 생기는 좌절과 그에 따른 사기 피의자로서 받는 고통을 받는 스타트업 대표, 30년 간 부모님이 가진 유일한 재산을 상속받았지만 한순간에 제3자에게 싼 값에 홀린 듯 판 뒤 그 계약을 취소하는 분쟁에 휘말린 사람, 몇 년 간 모은 전재산을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그 부동산이 하자와 소송 등으로 계약을 취소하는 분쟁을 시작한 30대 초반 청년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매일 만나고 수많은 회한에 찬 목소리를 듣는다.


특히 형사변호인을 맡으면, 변호사인 나는 피고인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유일한 사람일 때가 있다. 가족도 배우자도, 부모님도 피고인을 외면할 때 유일하게 옆에서 피고인의 미래를 위해 같이 투쟁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이 비난하는 사람을 변호하는 변호사는 그 사람을 단순히 선임료를 위해 변호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의 얼굴은 다양하지만 요구하는 것은 같다.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법이 공평하게 자신을 대해주기를 바라는 것. 그리고 그 법이 공평하게 자신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변호사가 도와주는 것.


변호사의 삶은 다양하지만, 변호사로서 가야할 길은 하나다.

2024년 입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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