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낮, 갑작스럽게 전화가 울렸다.
"변호사님, 저 체포됐어요". 6개월 전에 잠깐 스쳐가듯이 법률상담을 해주었는데, 경찰전화로 전화하여 자신이 체포됐음을 알렸다.
금요일 저녁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급히 항공권을 예약해 달려갔다.
경찰에게는 조사시간을 조금 미뤄달라고 부탁하고, 모든 일정을 취소, 변경한 뒤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방의 날씨는 서울에 비해 따뜻했지만, 내리자마자 달려간 경찰서에서 바로 조사가 시작되었다.
경찰이 제시하는 증거 등을 꼼꼼히 보고, 따로 변호인접견실에서 법률적 조언을 한 뒤, 밤늦게 조사를 마무리하였다.
끝나니 20시. 마지막 비행기는 21:30. 바로 예약하고 택시를 타고 다시 공항으로 갔다.
*이 첫 조사에 변호인이 입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체포 이후 최초 조사로서 향후 수사 및 재판 절차에서 중요한 진술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에, 진술한대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돼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여야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변호인이 이를 일일이 체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뉘앙스가 다른 답이 다르게 기재돼 있다면 반드시 지적해서 수정해야 한다. 그것에서 변호인 역할의 처음과 끝이 정해진다.
다음날,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영장 실질심사는 다음날인 일요일 3시라고 경찰이 알려주었다.
법원 영장계에 구속영장청구서를 복사신청 해 받았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영장청구서부터 복사해야 한다
영장청구서를 꼼꼼히 따져보니 변소할 내용이 많이 보였다.
토요일 내내 변호인의견서를 초안을 잡고 작성하였다. 경찰이 제시한 근거와 피의자조사 시 경찰의 질문과 피의자의 답변을 중심으로 법리를 구성하고 양형 주장할 사정들을 가족을 통해 확보하였다. 밤2시가 넘어가자 겨우 변호인의견서 20장이 완성되었다.
밤새 의견서를 작성한 후 변호인의견서를 준비하여 다시 지방으로 새벽 기차로 내려갔다.
아침에 도착하여 피의자를 유치장에서 접견한 뒤, 변호인의견서를 검토하고 변론방향을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피의자의 걱정스런 마음과 사건 경위를 다시 들었다. 변호인의견서를 더 보강하고 싶은 생각이 났다. 변호사는 장인처럼 그 사건에 이렇게 자신의 영혼을 쏟는다. 욕심이지만, 그것이 의뢰인을 위한 길이기 때문.
유치장에서 나와 급히 근처 pc방을 찾아 의견서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의뢰인이 한 말과 다시 사정들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설명하였다. 다시 읽어도 명문이다.
법정 앞 영장실질심사를 기다리는 수사관과 변호인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뢰인이 호명되고 판사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모든 판사의 질문은 나와 의뢰인이 법률적 조언을 하며 검토한 범위 내에 있는 것.
결과는 곧 나온다.
진인사 대천명이다. 죄는 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 죄인의 삶을 판사 앞에 드러내는 것은 변호사의 역할이다. 때로운 감동이 어린 삶의 궤적이 판사를 감동시켜 주기도 한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기차 안에 몸을 싣는다. 주말이 날아갔지만, 이것이 변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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